
1999년. 그 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합니다.
"그건 마법 같았어."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한 시즌 동안 리그, FA컵, 그리고 유럽 최고의 팀들만이 겨루는 챔피언스리그까지. 세 개 모두를 들어올린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런데 맨유는 해냈습니다. 아니, 퍼거슨과 그의 아이들은 정말로 그걸 해냈죠.
그 해, 그 팀
시작부터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1998-99 시즌의 맨유는 무서웠어요. 경기장에서 무조건 이기겠다는 의지가 눈빛에 서려 있었죠. 긱스는 미친 듯이 측면을 질주했고, 스콜스는 중원을 지배했으며, 베컴은 특유의 날카로운 킥으로 찬스를 만들었습니다.
셔링엄과 솔샤르는 조커처럼 번갈아 등장하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묶어주는 존재, 로이 킨. 경기장 위의 리더였던 그는 말 그대로 맨유의 심장이었습니다.
그 팀은 '누구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인 팀이었어요. 퍼거슨 감독이 원했던 완벽한 유나이티드였습니다.

리그, 극적인 뒤집기
하지만 쉬운 길은 없었습니다. 시즌 막판까지 아스날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고, 매 경기마다 살얼음판이었죠.
그 유명한 토트넘전, 마지막 라운드. 전반은 밀렸지만, 결국 베컴과 앤디 콜의 골로 역전.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올드 트래포드의 모든 이가 하나가 됐습니다.
리그 우승. 첫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FA컵, 더블 달성
리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웸블리에서 FA컵 결승이 열렸습니다. 상대는 뉴캐슬. 퍼거슨은 로테이션 없이 정예 멤버를 가동했습니다. 긱스와 스콜스가 각각 골을 넣으며 깔끔하게 2-0 승리.
이로써 더블 달성. 이미 이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죠. 진짜 목표는 아직이라는 걸요.

5월 26일, 바르셀로나의 기적
그리고 찾아온 그 날. 1999년 5월 26일, 캄프 누.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점했고, 경기는 생각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후반 90분이 지나도 스코어는 0-1. 해설자는 거의 승부가 결정됐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맨유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92분, 베컴의 코너킥 → 셰링엄 동점골.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한 번의 코너킥. 베컴 → 셰링엄 → 솔샤르 역전골.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죠. 퍼거슨 감독이 경기 후 남긴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Football, bloody hell."
그 말이 전부였어요. 그날 맨유는 그렇게 축구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조가 완성되다
트레블.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클럽이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그들은 이뤘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그 순간 맨유를 넘어서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남게 됐죠. 그리고 그 트레블의 주역들은 지금도 "퍼거슨의 아이들"이라 불리며 기억됩니다.
그 후에도 맨유는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1999년 그 해처럼 모두가 뜨겁게 벅찼던 적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꿈의 극장"이라는 별명. 그것은 1999년, 트레블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맨유는 전설이 되었고, 퍼거슨은 신화가 되었으며, 팬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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